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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의 양아버지는, 어쩌면 자식으로서의 사내아이가 아니라 자신과 상관없는 제 삼자로서의, 가족이 아닌 자로서의, 가족일 수 없는 자로서의, 미래에 자신의 자살을 도울 수 있는 조력자로서의, 혹은 최종적으로 잠재력을 지닌 살인자로서의 남성성을 가진 어린 인간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자살을 도왔던 그 순간에, 나는 아주 미미한 감정이었으나 살인의 쾌락과 마주했다고 느꼈다. 양아버지의 죽음은 그가 없는 세상에 남겨진 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소유권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을 의미했다. 그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든 간에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고, 그가 사라진 세상에서 그가 남긴 두 여자를 내 것으로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묘하게 흥분시켰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가 내게 남긴 것은 선물이 아니라 가시였다. 이 가시는 마치 날 때부터 내 살 속에 자리 잡아 빼낼 수 없게 되어버린 골수처럼, 뽑아낼 수 없는 자리에 똬리를 튼 채 자기 살을 베어 먹는 차가운 피를 지닌 악마적인 뱀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람의 손으로는 뽑아낼 수 없는 질긴 가시였다. 나는 선험적인 사랑의 구조와 질서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수렁에 빠진 게 맞다면,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을 만든 존재이거나 혹은, 나 자신뿐이었다.


살인을 저질렀던 그 해에, 나는 열세 살이었다.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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