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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묵상

[삶] 경비원이라는 직업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상징’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문지기로서의 상징’이다.

‘우리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라는 것을 세상의 눈들에게 보여주는 상징.

때로는 무척 편해 보이는 이 상징들의 일상은 각자가 부여 받은 초소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나의 경우에는 주간 10시간, 야간 14시간, 2교대.

주간에는 상징으로서의 업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10시간의 고된 서있기.

야간에는 상징으로서의 업무보다는 비상 대기 업무 쪽에 가깝다.

14시간... 흐르지 않는 시간과의 사투가 벌어진다.

경비원은 지독히도 느리게 흐르는 지루한 시간과 싸우는 자이기도 하다.

미명이 지나 아침이 밝으면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은 채로 이미 기나긴 밤과의 사투에 취해있다.


상징. 그래, 나는 상징이다.

가족을 지키는 자로서의 상징인 가장이기도 하고,

평생 꿈을 꾸는 존재로서의 상징인 어른아이이기도 하고,

‘지키는 자’로서의 상징인 경비원이기도 하다.

그리고, 노동으로서의 경비원 일은 아마도 내 여생의 마지막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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