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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미증유의 대지

미증유의 대지 #26 . 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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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 곳은 그가 누워있던 병실에서였다. 마르고 병색이 완연한 어두운 보랏빛 피부를 가진 남자. 평소에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그는 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들어보였다. 그의 목구멍은 숨을 내쉴 때마다 그르렁거리며 쇳소리를 냈다. 그의 폐는 어둠에 갇혀있었고, 만약 그가 사망한다면 원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호흡부전이 될 것이었다. 질식사가 그에게 배당된 죽음의 얼굴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나를 가로질러 내 뒤의 어떤 풍경, 나조차 볼 수 없는, 아니 아무도 볼 수 없는 어떤 희미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신기루를 쫓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눈동자는 어쩌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초점을 맞출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아 보였다. 그를 대면한 첫날, 우리는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면회를 마쳤다. 그는 나의 양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