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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사막은 투명하다.


초원의 사막에서 물 긷는 일은 여자들의 몫이다. 아침이면 여자들은 가죽 부대를 들고 호숫가로 나간다. 이른 아침의 호수에서는 낮고 조용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호수의 이곳저곳에서 수면을 가르는 바람들이 서로 스치고 부딪치고 어루만지는 소리…. 사람들은 이 소리를 호수의 노래라고 부른다. 여인들은 호수의 노래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물을 긷고, 나무 아래로 돌아간다. 초원의 풀들은 새벽이슬을 품고 있다가 태양이 떠오르면 싱그러운 향기를 내뿜는다. 초원의 사막 사람들은 이렇게 풀들의 향기를 맡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들의 아침식사는 호수의 물이 전부다. 호수의 물은 달다. 호수의 물은 마치 세상의 모든 단맛의 결정체들을 녹여놓은 것처럼 맑고 달다. 해가 솟아오르고, 이슬이 마르면, 사람들은 초원에서 가장 큰 나무 아래에 모여 나무가 숨 쉬는 소리를 듣는다. 나무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들도 나무와 함께 숨을 쉰다. 나무의 숨은 길다. 몹시 길다. 나무와 함께 오래 호흡해온 사람들만이 그 길이에 맞춰 숨 쉴 수 있다. 어린아이와 젊은이들은 여러 번에 나누어 호흡한다. 새들이 나무에 날아와 앉는다. 어린 새들은 어미 새들과는 달리 조용할 줄 모른다. 쉬지 않고 지저귄다. 어린아이들은 새들의 노래를 듣다가 리듬을 잃고 숨을 놓친다. 나무와의 호흡은 정오가 한참 지나서야 끝이 난다. 남자들은 일찍 나무 아래에서 나와 식사를 준비한다. 잘 마른 짐승의 똥에 불을 붙이고, 나무 아래에 걸어두었던 고깃덩어리를 손질한다. 두툼하게 썰린 고기를 불 위에 얹으면 여자들은 소금주머니를 들고 아이들과 함께 불가로 모여든다. 늦은 식사의 시작이다. 잘 익은 큰 토막이 중간 토막으로 잘리고, 잘 익은 중간 토막이 작은 토막으로 잘리고, 잘 익은 작은 토막은 아이들의 입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아주 작게 잘린다. 모두가 넉넉히 먹어도 고기는 항상 남는다. 초원의 사막에는 추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맑고 명확하다. 심지어는 고기의 맛까지도 그렇다. 투명하게 불타는 태양 아래에서, 큰 나무들의 잎은 더욱 짙고 커진다. 그림자와 빛의 영역도 선명하게 구분된다. 호수의 물맛처럼 나무 등걸에 기대놓은 간수 빠진 소금 역시 확실히 달고 짜다. 꽃이 피지 않는 초원의 사막에서, 사람들은 밤마다 하늘을 수놓는 수만 송이의 꽃을 본다. 빛나는 꽃송이들이 빠져있는 밤바다를 본다.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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