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에 쥐가 나고 침이 말라 혓바닥이 갈라지도록 여자의 몸을 핥았다. 하지만 남자의 덩어리진 해면체는 여전히 물렁한 인절미 같은 상태 그대로였다. 여자는 이해할 수 없었고,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더 이상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내가 만약 다른 여자였다면…,’ 여자의 뇌가 이 현장의 상황을 세세히 분석하기 시작했고, ‘이 남자는 아마 제대로 작동할지도 모른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여자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삶은 어둠과 그늘과 그림자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외면하기 위해 무언가에 몰두하며 산다. 남자가 굳이 식어버린 성욕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몇 백 개의 도로와 몇 십 개의 모텔을 거쳤는지 모른다. 고단한 여정을 이어가느니 차라리 고매한 영적 스승을 찾아 고통을 환희로 바꾸는 기술을 배워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성욕을 되찾은 후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남자는 상상하는 삶에 지쳤다.


인간들이 삶을 바쳐가며 들여다보는 미디어의 메카는 남자에게 단 한 번도 지불을 연체하거나 거부한 일이 없었다. 거대 매체의 인력이 끌어당기는 자본은 그의 삶을 그의 삶답게 만들어주는 마르지 않는 무한 금고와 같았다. 그러나 황금의 강으로도 채울 수 없는 그의 유일한 공허, 한 뼘 남짓밖에 안 되는 개불만한 덩어리의 욕구를 깨울 수는 없었다. 새로운 길과 낯선 장소는 애초부터 제대로 된 해결방안이 아니었다. ‘과녁을 벗어났다’고 시간이 말하고 있었다. 욕구의 원점을 알아내고 그리로 돌아가야 했다. 앞에 앉은 여자가 말했다.

“우연한 사고를 가장한 역할극. 백화점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나누는 섹스 같은 거.”

“구태의연해. 그런 걸로 될 것 같았으면….”

여자는 남자의 옛 사생활을 꽤 넉넉히 알고 있었다. 바람둥이와 사랑에 빠지는 건 어쩌면 불안한 사랑을 좇는 본성이 인간 안에 내재되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폭풍 같은 바람의 세월 속에 얼마나 많은 배우와 극과 씬이 있었겠는가. 결혼에 골인한 건 자신뿐이었지만, 자신조차도 이미 그 폭풍의 마지막 자락에 위치한 한 덩어리의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여자는 잘 알고 있었다.


무작정 길 위를 달리기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째. 마음 내키는 길 위에 차를 세웠고, 아무 모텔에서나 벌거벗고 누웠다. 오늘도 별 것 없는 날이었다. 여자의 몸에서는 베이컨 맛이 났다. 남자는 날고기의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제대로 된 날 것의 맛이었고 게다가 소금에 굴린 듯 짠 돼지고기였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걸 먹으면 십중팔구 탈이 난다. 여자는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털 없는 짐승에 불과해. 문제만 있고 답을 못 찾는 것도 짐승과 다를 바 없고.”

남자는 키프로스 해변의 거북이 알을 떠올렸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남자는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새로운 여자와의 결혼식은 아니었다. 아내는 바뀌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자신도 자신 그대로였지만 새로운 사람 같아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들은 식순에 따라 두 번째 신혼여행 길에 올랐고, 그날 밤 둘은 성대한 욕망의 향연을 만끽했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그의 깨달음은 군더더기 없는 진리였다.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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