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묵상2019. 6. 20. 12:48

https://youtu.be/lj5RLkeC4AE

 

배수아씨의 번역으로 만난 블안의 글과 불안의 서 두 권의 책은 제가 처음 도서관에서 대여한 이후로 6개월이 넘도록 제 곁에 있었습니다. 거의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미 몇 년 전 이야깁니다. 반납과 대출을 반복했던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반납 요청을 받지 않았는데요. 그건 아무도 이 책을 대출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심지어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조차 자신을 묘사하는 일에 서툴게 마련입니다. 인간의 물리적 구조에 따라서 우리의 눈은 바깥을 보게 되어있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상상하며 글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면 묘사라고 불리는 마음에 대한 묘사는 그래서 더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가끔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단어의 파편들로 어설프게 구현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감정을 묘사하는 일. 마음의 상태를 활자로 그려내는 일은 모든 작가들이 풀어야 할 난제가 되고, 이것에 재능을 보인 작가들은 결국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페르난두 페소아는 살아생전에 전업 작가가 될 수 없었고, 그래서 끝까지 직장을 다니며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수필가이며 시인이었던 그는 47년이라는 그의 짧은 삶 내내 불안에 시달리면서, 동시에 바로 그 자신의 불안에 집착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어 자신을 갉아먹고, 마침내 자신을 집 삼아 살았던 불안에 대해서, 작가는 그 모든 시작과 끝을 낱개의 퍼즐에 담긴 형체를 알 수 없는 선과 색처럼 수백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묘사합니다. 그 모든 조각들을 하나로 맞추면 불안이라는 거대한 그림이 완성되겠죠.

 

인간의 공포는 무지에서 옵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상을 알고 나면,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여기서 사라진다 라는 말은 무지할 때 사로잡혔던 완벽한 공포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내가 두려워했던 상대를 알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알고, 그래서 조금은 벗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불안의 서에 나오는 첫 글, ‘사실 없는 자서전을 읽어보면,

상호 어떤 연관성도 없고 연관성을 구축하고 싶다는 소망조차 배제된 인상만을 이용하여, 나는 내 사실 없는 자서전. 삶 없는 내 인생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이것은 내 고백이다.

내가 고백 속에서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는다면,

그건 털어놓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어쩌면 이 대목이 페소아의 불안의 정체를 밝히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느낌이 듭니다.

무언가 채워져 있어야 하는 게 삶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고, 아무것도 제대로 끄집어낼 수 없는 텅 비어있는 시간의 흐름이 삶의 정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죠.

 

호감이란 나에게 항상 피상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솔직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배우였다. 그것도 아주 뛰어난 배우였다. 사랑을 할 때마다, 나는 마치 사랑을 하듯이 사랑했다. 나 자신이 그 대상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라고 페소아는 고백합니다.

마치 배우처럼, 감정의 페르소나를 자신의 얼굴에 덧입히고, 대본에 정해진 감정을 연기하며 살았다는 이야기겠죠. 실제 감정은 없는 상태로 말입니다. 이런 삶이 불안하지 않다면, 실제의 내가 담겨있지 않은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안의 글에 있는 낯설음의 숲에서라는 글의 한 대목을 읽어보겠습니다.

기운 없이 가라앉은 내 방 안으로 바깥의 아침 여명이 어슴푸레한 흔적으로 비쳐든다. 나는 조용한 혼돈이다. 왜 새로운 날이 밝아야만 하는가?

날이 밝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을 알고 있으므로 내 마음은 무겁다. 날이 밝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한 느낌이다.

마비된 듯이 서서히, 나는 진정을 되찾고 나른해진다. 공기 속을 떠돌며 잠과 깨어남 사이를 부유한다. 새로운 현실이 탄생한다. 나는 그곳에 있다. 그 현실이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라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내가 나의 현실을 스스로 직조할 수 없고, 그저 다가온 현실 속에 무능하게 존재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불안감. 인생의 단 한 순간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삶의 전부라는 걸 깨달았을 때의 허무함. 그래서 페소아가 말하고 싶었던 불안은, 불안이라기보다는 허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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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page reading - Fernando Pesoa, a book of anxiety]

 

The book of anxiety I met through Bae Su-ah's translation have been with me for more than six months since I first rented them from the library. I think it's been almost a year. It's been a few years I've never been asked to return a loan for a long time. It also means that no one was trying to check out the book.

 

A person, even a writer, is not good at describing himself. Because according to the physical structure of human beings, our eyes are meant to look outside, so we have no choice but to imagine ourselves and write.

In particular, the description of the mind, called the inner depiction, has to be more abstract, and as a result, it's often poorly embodied in the fragments of a word that you don't even know.

So the task of describing emotions. Painting the state of mind in print becomes a challenge for every writer, and the writers who have shown talent in it eventually begin to become known to the world.

 

The author of this book, Fernando Pesoa, was never a full-time writer in his lifetime, so he worked and wrote until the end. As an essayist and poet, he suffers from anxiety throughout his short life of 47 years, and at the same time "attaches" to his own insecurities.

As for the anxiety of digging inside himself, gnawing at himself, and finally living at home, the author describes all the beginning and endings in hundreds of pieces, like unknown lines and colors. If you put all those pieces together, you'll have a huge picture of anxiety.

 

Human fear comes from ignorance. Once we know what we're afraid of, fear disappears. To disappear from here means to be free from the perfect fear of being caught in ignorance. It means I know who I was afraid of, I know how to deal with it, and I can get away with it a little bit.

 

If you read the first book of anxiety, "The Autobiography Without Fact."

"Using only the impression that there is no correlation between each other and that even the wish to build a connection is excluded, I am my factless autobiography. I tell my life without life in a calm manner.

This is my confession.

If I tell you nothing in my confession,

That's because there's nothing to tell.“

It says.

I think this is probably revealing the identity of Pesoa's anxiety.

Maybe we can't get out of our anxiety because we think life is supposed to be filled, but it's actually an empty flow of time that can't contain anything and can't pull anything out properly.

 

"A favor is always a superficial feeling for me. But it is also straightforward. I have always been an actor. He was also a very good actor. Every time I made love, I loved it as if I were in love It was the same when I was the target myself.'Pesoa confesses.

Like an actor, you put an emotional Persona on your face, and you lived by acting a scripted emotion. Without any real emotion. If I'm not nervous about this, if I'm living a life that doesn't contain myself, I think it's natural to be nervous.

 

Let's read a line from the book "In the Forest of Snow."

"The morning dawn outside into my room, which sank unawares, is seen as a dim trace. I'm a quiet Chaos. Why should a new day dawn?

I know it's going to be dawn. Knowing this makes my heart heavy. It feels like I'm going to have to do something to make it dawn.

Slowly paralyzed, I regain my composure and feel languid. float through the air and float between sleep and wake A new reality is born. I'm there. I don't know where the reality came from.“

The author says.

 

Anxiety when I realize that I can't fabricate my reality on my own, and that I just have to exist incompetent in the near reality. The futility of realizing that even a single moment of life is not at my disposal, and therefore accepting what is given is all about life. So the anxiety that Pesoa wanted to talk about might have been more of a futility than of an anxiety.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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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무 좋습니다. 자주 들릴게요.소통해요

    2019.06.21 09: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작가로 먹고사는게 꿈인 저에게 굉장히 도움되는 글이었습니다^^

    2019.06.22 12: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제목을 보니, 쉽게 읽히지는 않을 거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날, 엄청 행복할 거 같네요.ㅎㅎ

    2019.06.22 21: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한 권으로 엮으려던 것을 두께가 너무 두꺼워져서 두 권으로 나눴다고 합니다. 두께만 보면 꼭 사전 같아 보이지요.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2019.06.22 23:18 신고 [ ADDR : EDIT/ DEL ]
  4. 좋은 휴일 보내세요~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2019.06.23 06: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무척 어려운 책처럼 느껴지네요ㅎㅎ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되는 책인 것 같아 저도 관심이 가네요!

    2019.06.23 16: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