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묵상2019. 6. 25. 12:40

https://youtu.be/4KcOocJL0oE

 

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글을 쓰는 작가는 많지 않았는데요.

저로 하여금 글을 쓰고 싶게 만들었던 작가는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

영혼의 자서전을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

미국 현대문학의 이단아 또는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찰스 부코스키.

사막이라는 소설을 쓴 프랑스의 작가 르 끌레지오 등이 있습니다.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늘 완성을 향한 욕망이겠지만, 실제로 완성된 듯한 문장이나 글은 완성보다는 완벽한 미완성의 여백을 남기는 경우가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 완벽한 문장이 아무 의미도 전달하지 못하는 공허로 남을까? 그 이유는 글이 무언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나, 글에 무언가를 전달해야 한다는 강요를 담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작가는 지식을 담고 싶어 할 것이고, 어떤 작가는 감동을 전달하고 싶을 것이고, 그렇게 작가마다 제각각 전달하고자 하는 자기만의 알맹이들이, 다시 말해 지극히 사적인 욕망이 자신의 글에 담겨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글은. 글 자체는 사실 에너지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이지만 무형이고, 눈에 읽히지만 가슴에 들어와 박히는 못 같은 것. 완성된 글은 화산을 닮았습니다.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 화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이루고, 무질서한 형태의 거대한 에너지를 느끼게 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에 질서와 형태를 부여하려고 하지만 사실 자연의 에너지는 질서도 형태도 갖추지 않은 거대한 에너지로만 존재합니다.

 

책의 한 대목을 읽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자기 안에 미지의 인간을 품고 있다.

그렇게 쓰기에 이르는 것이다.

쓰여진 글도 병이 들 수 있다.

글쓰기는 미지의 존재다. 쓰기 전에는 쓰게 될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쓰기 전에 쓰게 될 것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절대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글은 바람처럼 온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고, 잉크이고, 쓰인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무엇과도 다르게, 삶 자체가 아닌 그 무엇과도 다르게, 삶을 지나간다.

 

그렇습니다.

가장 자연에 가까운, 그래서 자연스럽고 동시에 부자연스러운, 무질서와 무정형의 틀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글. 오랜만에 그런 글을 만났습니다. 바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입니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글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글이 어떻게 나오는지, 그리고 자신의 글이 어떻게 나와야만 자신이 만족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문장은 미완성인 듯 맥락 없이 끊기고, 엉뚱한 자리에 돋아난 잡초처럼 정해지지 않은 공간에서 불쑥 시작됩니다. 이렇게 무질서한 문장들이 가슴을 파고 들어와 펜을 쥐라고 말합니다. 너만의 시간 속에서, 너만의 속도로 호흡하며, 너만의 활자들을 뱉어내라고 말합니다. 무질서한 자연의 에너지처럼 질서나 규범에 얽매이지 않은 바람 같은 글, 물 같은 글을 써내려가라고 말합니다. 이 책이 전하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글에는 정답이 없다는 진실을 전혀 새로운 문장들로 전하는 뒤라스의 은 읽는 이의 가슴 속 빈 방을 뒤흔들어 먼지를 쏟아내게 하고, 그 먼지들을 글자로, 글로 바꾸고 싶게 만드는 형태 없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무대 없이 완성되는 퍼포먼스가 있을 수 있다면, 그녀의 글이 바로 그렇습니다.

 

책 속의 글을 몇 줄 더 읽어보겠습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책과 단둘이 있기.

그것은 아직 인류 태초의 잠 속에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 여전히 황무지 상태의 글쓰기와 단둘이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죽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전쟁 동안 은신처에 혼자 있는 것이다. 기도하지 않으면서. 신도 없이.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에 필요한 최고의 도구로서, 최선의 행위로서, 그리고 가장 좋은 조력자로 고독을 이야기합니다. 고독하지 않으면 글도 없으므로, 긴 시간동안 애써 자신의 고독을 먼저 완성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완성된 고독 속에 잠기면서 그녀의 글이 한 글자 한 글자 시작됩니다. 그녀는,

 

글쓰기의 고독은 그것 없이는 글이 만들어지지 않는, 혹은 더 써야 할 것을 찾느라 피를 흘리며 부스러지고 마는 그런 것이다. 글이 피를 잃으면 쓴 사람마저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합니다.

 

첫 책을 쓰던 그때의 고독을 나는 늘 간직했다. 그 고독은 늘 나와 함께 다녔다. 어디를 가든 글쓰기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다. 파리에서도. 트루빌에서도. 혹은 뉴욕에서도.

 

그녀는 고독 속에서 글을 썼고, 오직 고독한 시간 동안만 작가였습니다.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언제나 고독해야 했고, 고독 속에서 자연의 고독을 닮은 글들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저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어떤 글에 대해 무게를 달아야 한다면, 그 글이 어느 정도의 고독 속에서 쓰여졌는가 하는 고독의 무게를 달아보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뒤라스의 유명한 두 작품인 연인히로시마 내 사랑을 영화로 먼저 보았습니다.

저에게 아직 읽지 않은 그녀의 글이 남아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마지막으로 글에 대한 그녀의 글로 이 책의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무슨 얘기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왜 글을 쓰는지, 어떻게 글을 쓰지 않을 수 있는지, 그것만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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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to Books - 'Écrire' by Marguerite Duras

 

I have read many books, but not many writers have written something that makes me want to write.

Jeon Hye-rin, who wrote 'And Didn't Say Anything' when she said she was a writer in my life.

Nicos Kazanchakis, who wrote "Sung Francis."

There is a degree of Peruvian Nandu Pesoa, who wrote "The Words of Anxiety."

 

For me, writing has always been a desire for perfection, but a sentence or writing that seemed to be completed often leaves a margin of perfection, not completion. Why does a perfect sentence remain empty with no meaning? Maybe it's because you don't know what the writing is and what the writing should be. Some writers may want to convey knowledge, some may want to convey emotion. Each writer will have his own set of eggs.

 

But writing. I think the writing itself actually exists as energy. Specific but intangible, readable, but like a nail stuck in the chest. Completed writing resembles a volcano. Volcanoes that emit lava form a huge landscape in themselves, and make them feel the enormous energy of a disorderly form. Many writers try to assign order and form to their writings, but in fact, natural energy exists only in large amounts of energy, neither in order nor in form.

 

The most natural, so natural, insensitive, energy-producing text. It's been a while since I've seen such an article: "Écrire" by Marguerite Duras. This book tells the author's own story. The sentence is cut out without context as if it were incomplete, and starts abruptly in an undetermined space like weeds that have sprung up in the wrong place. These disorderly sentences dig into your chest and tell you to hold your pen. Breathe at your own pace in your own time and tell them to spit out your own characters. Like the chaotic natural energy of nature, you should write something like wind, water, and so on that is not bound by order or norms. The energy that this book delivers is stronger than I thought. Duras's "Écrire," which conveys the truth that there are no correct answers to the writing in a whole new set of sentences, has an atypical mana that shakes the empty room in the reader's heart, causing him to pour out dust and turn the dust into letters and words. If there can be a performance that is completed without stage, so is her writing.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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