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묵상2019. 8. 7. 14:45

https://www.youtube.com/watch?v=PkGYunV7cQU

 

마당은 어머니의 화초로 가득했다.
화초마다 화분이라는 집을 가졌었다.
나는 그 집을 나의 집이나 우리의 집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 집은 그녀들의 집이었다.
나무 없는 마당이었기에 그 시절의 나는 나무와 친구가 되지 못했다.
할머니는 화초와 친구였고,
어머니는 뜨개질과 친구였고,
나는 나와 친구였다.

소원이랄 것을 떠올릴 수 없는 평화롭고 조용한 날들이었다.
그날들의 그 집에서는 소리라는 걸 듣기 힘들었다.
모두가 조용했고, 화초도 조용히 자랐다.
어느 날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외출했다.
우리가 간 곳은 흰 가운을 입은 아저씨가 사는 건물이었다.
흰 가운의 아저씨는 내게 사탕 한 알을 주었다.
“왜 엄마를 부르지 않지?”
갑작스런 질문은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부를 일이 없어서요.”
흰 가운의 아저씨는 어머니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내게 사탕 한 알을 더 주었다.
흰 가운의 아저씨는 어머니에게,
“이 아이는 정상입니다.” 라고 말했다.

나는 내 기억이 시작된 시절부터 9살이 되도록
한 번도 소리 내어 “엄마”를 불러본 적이 없었다.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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