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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미증유의 대지

미증유의 대지 #36 .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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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상으로 나가나요.”


바위사막의 족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바다의 딸입니다. 바다의 딸이 세상으로 나갑니다.”

모래사막의 족장이 침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족장들이 하나둘 고개를 숙였다. 바다의 딸은 모래사막의 보물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를 따랐다. 모든 부족의 사람들이 바다의 딸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지혜와 사막과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이미 어릴 적부터 사막 원로들의 것을 뛰어넘어 있었다. 모래사막의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가 내어준 보배로 여겼다. 거친 모래사막에 선사한 선물로 여겼다. 그런 그녀를 바깥세상으로 보내다니. 대체 누가 그런 결정을 한단 말인가. 대체 누구에게 그런 결정을 내릴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족장들의 얼굴이 비탄에 잠겼다. 모래사막의 족장은 사람을 시켜 바다의 딸을 데려오게 했다. 족장은 자신 앞에 선 그녀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의식이 시작되었다. 바다의 딸은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각 사막의 족장들은 선 채로 그녀를 둘러쌌다. 족장들은 순서를 정한 후, 그녀를 앞에 앉혀두고 두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는 그녀의 눈을 가리고, 손가락으로는 그녀의 귀를 막았다. 그들은 돌아가며 그녀를 위해 긴 기도를 드렸다. 그녀는 울고, 웃고, 울었다. 모든 족장이 기도를 마쳤을 때는 하루가 족히 지나있었다. 그녀의 얼굴과 몸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앉아있던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녀를 세상에 내보내기로 한 것은 사막의 결정이었다.


그녀가 세상에 나간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세상에 사막을 알리려는 것일까. 아니면, 사막을 보호하려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그녀가 애초에 사막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까. 그녀는 족장들의 의식 중에 무엇을 본 것일까. 무엇을 보며 울고, 무엇을 보며 웃은 걸까. 족장들조차 자신의 손바닥이 그녀에게 무엇을 보여주었는지 알지 못했다. 비밀은 사막과 그녀만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