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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미증유의 대지

미증유의 대지 #65 . 에필로그

* 에필로그


작은 마당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참새들이 마당 한 구석을 거닌다. 나는 마당으로 나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뜨거운 황금빛의 태양이 내 눈동자를 태우려 들었고, 나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망각의 강 앞에 섰던 그 순간에 나는 잠시나마 나에게 정직한 삶을 살았다고 느꼈다. 더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강은 나에게 ‘그것이면 됐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강물에 몸을 적시거나 얼굴을 씻지도 않았고, 손을 담그거나 목을 축이지도 않았다. 강 앞에 서는 것으로 내 여정의 분량도, 삶의 몫도, 이미 끝나있었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이곳엔 여전히 모든 것이 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듯 많은 것이 변해있다.

흘러간 것은 세월뿐이고,

남은 것은 나와, 내 고통의 흔적뿐이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세월의 길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강처럼 흘러가는 것. 그래,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