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묵상2018. 12. 26. 02:36



겨울은 국물과 면의 계절이다.

한겨울에 냉면을 즐길 만큼 우리의 피에는 면사랑의 본능이 숨어있다.

거의 40년에 가까웠던 서울 생활에서 몇 가지 잊지 못할 맛 중에 돈코츠 라멘이 있는데, 나는 일본에 가본 일도 없고, 일본 음식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거니와 다양하게 맛본 적조차 없지만, 그래도 '이 맛이 좋았다'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땅의 일본 음식 중에 홍대 앞 하카타 분코의 돈코츠 라멘이 있다. 그것은 그야말로 신기한 맛이었다.

1. 느끼하고,

2, 진하고,

3. 짜고,

4, 개운하고?,

5. 몸이 채워지는 맛.


처음 하카타 분코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메뉴판이 기억난다.

인라멘(진한 맛) / 청라멘(순한 맛) / 차슈 덮밥 / 면 추가(500원) 등...


내 인생에 처음 맛본 하카타 분코의 인라멘은 진하고 느끼한 돼지 육수에, 담백한 숙주와 다진 마늘의 개운함이 더해진 '느끼하지만 개운한' 이율배반적인 맛이었다. 뼈와 고기로 우려낸 진한 육수와 알덴테로 삶겨진 꼬들한 면발.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다시 태어난 느낌까지는 아니어도 '겨우 라멘 한 그릇'에 보신이라도 한 것처럼 몸이 채워지는 느낌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돈코츠 라멘을 인스턴트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이 맛이 그 맛을 내주지는 않지만 추억이라도 더듬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가까이에서 라멘 구경을 하기 힘든 사람에게는 꽤 위로가 되어주는 제품이다.



라멘소스는 땅콩잼처럼 진한 엑기스로 되어 있다. 면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건더기스프에는 말린 다진 마늘이 가득하길 바랬지만 대부분이 파였다. 350ml의 물. 끓는 물에 두 가지 스프를 넣고 면을 넣고 2분간 더 삶은 후 먹는다.


맛은?

내가 아는 단 하나의 돈코츠 라멘과는 조금 다르다.

생강 향이 많이 나고, 느끼한 고기 육수의 느낌보다는 진한 뼈국물의 느낌.

파만 가득한 건더기 스프는 다진 마늘의 개운함과는 많이 다르고, 아쉽다.

면발은 조금 두껍고, 국물은 미원스런 조미료 맛이 강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훌륭하다고 해주고 싶다.

다진 마늘을 넉넉히 추가하고, 마른 김가루와 숙주만 넣어줘도 꽤 괜찮아진다. 고기 육수의 느끼함이 빠졌지만 국물에 삼겹살 너댓 점을 빠뜨려 끓여주면 조금 더 비슷해질 것 같다.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bdgLjkg7QQxFqAglMiJ0Q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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