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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들풀에 맺힌 이슬 같고, 현실은 희미한 그림자 같다.


이슬. 이슬의 시간. 이슬을 마시는 시간. 이슬의 시간은 영혼과 정신을 정결히 하는 시간이다. 사막의 사람들은 이슬을 마실 수 있는 날을 축복으로 여긴다. 이슬의 맛과, 이슬의 촉감이 주는 느낌은 뭐랄까… 표현하자면 그것은 영혼과 육신의 정화이자 축제다. 몇 방울만으로도 갈증이 말끔히 가시고, 몸에 필요한 모든 미네랄과 무기질을 채워주고, ph값의 균형을 잡아주는 천혜의 선물. 영혼을 담는 그릇을 정화하는 시간이다. 몸의 세포들이 춤추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기다림의 가치를 지닌 시간이다. 모래사막의 사람들은 초원의 사막에서 얻어온 풀이파리를 이슬받이로 쓴다. 이슬을 마시는 시간은, 자연 안에서 생존하는 인간으로서, 자연 앞에 항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루의 끝과 하루의 시작이 만나는 시간. 하루의 기온이 가장 낮은 곳에 자리 잡는 시간의 열매. 끝과 시작이 주고받는, 또는 끝과 시작을 이어주는 자연의 끈과 고리. 사람들은 밤이 저물어갈 때쯤 잠에서 깨어나 그 성스러운 시간을 기다리고, 그 열매를 수확하여 육신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자연은 이 모든 것을 대가없이 준다. 이슬이 식도를 타고 넘어갈 무렵이면 대지를 덮었던 이슬은 다시 포말이 되어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육신은 이제 자연의 열매가 준 수분과 영양으로 충만하다. 곧 거대한 빛과 함께 하루의 문이 열리고, 사막의 일과가 시작된다.


주어진 시간은 이슬이 태양에 마르는 시간만큼 짧다. 이슬을 맞이할 준비가 된 사람들은 남녀로 나누어 두 무리를 이룬다. 여자들은 낮은 절벽 아래에 모이고, 남자들은 큰 바위 너머에 모인다. 그들은 여명이 밝기 전, 빛의 전조 속 대자연 앞에 서서 알몸을 드러내고 몸에 이슬이 덮이기를 기다린다. 이슬이 머무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놓쳐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엄숙하게 몸이 온전히 젖기를 기다리고, 비늘처럼 몸에 이슬이 맺히면 살 위에 이슬이 번지도록 손바닥으로 몸을 비빈다. 이 순간의 몸은 흙으로 돌아갈 무가치한 육신이 아니라 영혼을 담는 성체가 된다. 사람들은 몸에 닿는 손에 정성을 담는다. 살이 살아난다. 피부가 빛을 내기 시작한다. 숨구멍이 활짝 열린다. 그들은 몸의 호흡을 느낀다. 닫혀있던 육신이 자연을 향해 열린다. 자신의 몸속을 흐르는 생명의 끈이 한 올 한 올 팽팽해지는 것을 선명하게 느낀다. 곧 지평선이 갈라지고 빛이 대기 속에 스며든다. 사람들은 온몸의 뼈마디와 근육과 혈관이 팽창하는 것을 느낀다. 어둠과 이슬과 빛이 한 몸에 깃들어 축제를 벌인다. 몸이 떨려온다. 잠시의 떨림 후에 태양의 붉은 빛이 대지를 감싸면, 축제를 마친 육신들은 각자의 옷을 찾아 입는다.


그들은 종일 그림자를 쫓아가며 산다. 산다기보다는 연명하는 것이다. 그렇게 좁은 삶의 틀 안에서도 그들의 호흡은 가쁘지 않다. 그들에게 태양은 곧 불이다. 불은 그들의 땅에 존재하는 모든 푸른 생명과 호흡하는 생명들을 불살랐고, 오직 인간만을 살려두었다. 태양은 그들에게 정열이 아니라 죽음의 불을 상징한다. 형언할 수 없는 메마름과 갈증. 사막의 사람들에게는 밤이 오히려 축복이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자신과 자신의 조상들이 왜 산이나, 바다에서 살지 않고 사막에서 살게 되었느냐고 질문하지 않는다. 불평하지 않는다.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신이 자신들에게 허락한 마른 폐허의 대지를 사랑하며 산다. 그들은 빛의 시간 내내 그림자를 따라가며 눈과 피부를 불의 열기로부터 보호한다. 시침과 분침이 정오에 모이는 시각. 즉 태양이 정확히 머리 위에 떠있는 그 시각에 그들은 구멍바위 아래에 모여든다. 그 시각에 그들이 태양을 피해 숨을 수 있는 유일한 그림자. 그들은 마음의 고마움을 손에 담아 구멍바위를 어루만진다. 구멍바위마저 풍화에 사라지게 되면 사막의 사람들도 함께 사라질까? 알 수 없다. 정오가 한참 지난 후에야 그들은 각 가족의 바위로 이동하여 태양의 등 뒤에 앉아 남은 오후를 보낸다. 그들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복이 거기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머무를 수 없는 삶속에 행복이 있다고.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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