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묵상2018. 5. 3. 00:58





모든 것은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자유,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을 자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자유……. 그러나 자유의 값은 세상의 그 어떤 가치 있는 것보다 비싸고, 고되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애틋함이 담겨 있다. 그것은 나의 고된 일상에 대한 애틋함이기도 하고,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위해 내가 포기한 자유에 대한 동정심이기도 하다. 그렇다.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나는 물러설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물류센터의 일상은 반병신이 된 몸으로 감당하기에는 질이 좋지 못했다. 아프리카보다 덥다는 여름과 러시아보다 춥다는 겨울을 상온팀의 비닐 창고에서 보냈다. 그리고 이제 세월은 이미 나보다 빨리 흘러가 있다. 나는 사랑할 자유를 얻기 위해 유일한 나만의 가치인 시간을 대가로 치렀다. 우리 인간은 모두 낙원 바깥세상의 법에 따라 힘겹게 끼니와 거주와 의복을 얻어야 한다. 사랑 앞에 선 인간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우리는 모두, 당연히, 나의 몸과 시간을 내어주고 생존을 위한 가치들을 얻어야 하는 채벌의 세월을 살아내야 한다. 그러나 온몸의 마디가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할 자유를 결박하지는 못했다. 글쎄……, 원래는 이길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대를 때려눕힌 것 같은 야릇한 기분인 것이다. 나의 전쟁터에는 많은 전우들이 있었다. 강, 허, 한, 김, 장, 인……. 그들의 이름 석 자를 소리 낼 때마다 나는 지금도 신기한 힘을 얻는다.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으로 인해 자신의 생명을 지켜내는 에너지를 얻는 생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당연히 나 역시 나의 이름을 부르던 그들에게 나의 에너지를 보탰을 것이다. 짧은 고통은 가끔 몹시 매혹적이다. 저녁을 먹지 않고 정해진 퇴근 시간보다 이른 시각에 일터를 떠날 수 있었던 달콤한 며칠을 떠올려보면 이런 종류의 노동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행운의 활시위에 올라탄 것 같은 진한 달콤함에 생목이 오른다. 그래, 그런 날들도 있었다. 정해진 일정보다 짧게 끝나준 고통에 기뻐 환호하던 날들이.


창고를 울리던 거칠고 단단한 남자들의 웃음소리는 이제 이슬처럼 사라졌다. 일감과 함께 일꾼들도 사라진 것이다. 두엇은 잘려나갔고, 서넛은 다른 자리에 놓여졌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다음 운명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다음 운명까지 이어진 사잇길을, 늘 해오던 대로 매일의 노동으로 꼬옥 끌어안으며 걷는 것뿐이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같은 지붕 아래에 모여 함께 잠들고, 함께 깨어날 수 있음을 감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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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원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권고 사직을 받았고, 누군가는 스스로 사표를 썼습니다.

이런 현실이라고 해서 굳이 갑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사회와 조직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난을 구제해보겠다고 나서는 이들조차도 제 살을 떼어 남을 먹이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그저 조금... 씁쓸합니다.만, 사는 일이 다 그렇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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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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