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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대지를 떠나 차가운 육지의 끝으로 간 자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비늘인간’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모기에 물려본 적이 없었다. 그들이 사는 곳에는 모기들이 살지 못하며 그들은 땅, 곧 흙이라는 것을 밟아본 적이 없었다. 한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 까닭이었다. 추위와 건조함이 계속되는 기후에 끝내 적응하고야만 그들의 피부는 은빛 각질로 뒤덮였고, 피부의 결을 따라 금이 간 각질들은 햇볕에 반짝이는 물고기의 비늘을 닮아있었다. 그들은 풍요의 대지가 폐허가 되기 전에 이미 풍요의 대지를 등지고 떠난 자들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비옥한 땅으로부터 떠나 스스로 극한(極寒)의 오지에 발을 들이게 만든 것일까. 그러나 그들은 떠난 것이 아니라 돌아간 것이었다. 그들의 조상들은 어부였다. 작은 배, 거친 바다, 고기잡이… 그들은 심지어 큰 물고기의 껍질을 말려 옷을 만들어 입을 정도로 바다에 깊이 뿌리를 둔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쓰라린 과거지만 잊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기도 한 그날에, 종족의 남자들은 거대한 물고기 떼를 만나기 위해 바다 위를 떠돌고 있었다. 파도는 거칠었고 배는 그들의 생명을 맡기기에는 너무 가볍고 약했다. 그들은 긴 항해를 하지 않는 어부들이었기에 몸이 지칠 무렵 배를 돌려 그들의 여자들에게로 돌아가는 바닷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날, 그들은 운명의 물고기 떼를 만났다. 그것은 실로 거대했다. 그들의 배로 몇 십 척은 끌어당겨야 물고기 한 마리를 겨우 해변으로 나를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들은 단순히 그들과 가족을 위한 사냥을 나섰을 뿐이고, 바다나 바다생물들에게는 어떠한 원한도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다와 그 안의 짐승들은 분노했다. 짐승들은 그들의 배를 부숴 산산조각 냈고, 성난 바다는 그들의 숨 가쁜 육신을 심연으로 끌어당겼다. 바다는 단 한 오라기의 구원도, 옷깃 한 자락만큼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그들은 몰살당했다. 그들의 여인들은 바다를 향해 주저앉아 한 서린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눈물이 바다를 이룬들 잠긴 아비들이 살아 돌아올 리 만무했다. 여인들과 아이들은 살 길을 찾아야만했다. 아니, 살 땅을 찾아야했다. 배를 짓지도 못하고, 물고기를 사냥할 줄도 모르는 그녀들에게 바다는 그저 광활하고 쓸모없는 소금물에 불과했다. 여인들은 긴 방황과 유랑의 세월을 거쳐 풍요의 대지에 닿았다. 아이들은 자랐고, 여인들은 늙어갔다. 여인들은 아이들에게 그들의 아버지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바다와, 바다의 생물들과, 배와, 고기잡이와, 용감하고 성실한 바다 사나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은 자라 청년이 되었고, 부족을 이끌어갈 강인한 남자들이 되었다. 어느 날, 부족의 대모는 새로운 세대의 남자들 중 가장 용맹스럽고 지혜로운 젊은이를 골라 족장으로 세웠고, 새 족장은 고향으로의 회귀를 결심했다. 그들은 떠나온 만큼의 길을 되돌아가야했다. 길을 기억하는 늙은 여인들이 행렬의 선두에 섰다. 그것은 멀고 고된 여정이었다. 대기와 바람은 북으로 갈수록 춥고 거세졌다. 그들은 여정의 사이사이마다 사냥을 했다. 신발을 만들었고, 옷을 지어 입었다. 발이 부르트고 살갗이 거칠어졌다. 행렬의 걸음은 거북이처럼 느렸다. 길은 이미 겨울로 넘어섰다. 사람들은 눈을 밟으며 걸었다. 젊은이들에게 겨울은 미지의 계절이었고, 추위는 겪어보지 못한 시련이었다.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걸음인 듯했다. 고향을 떠나온 이들조차도 얼마나 더 걸어야 그곳에 닿을지 가늠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모두 지쳐있었다. 눈보라가 심한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새벽부터 눈이 내렸다. 대열의 끝에서 선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눈이었다. 오후가 되었지만 눈보라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매서운 북풍은 사람들의 눈과 입으로 눈의 결정들을 몰아넣고 있었다. 사람들은 입을 막고 겨우 숨을 쉬었다. 신호 없이 선두가 멈춰 섰다. 행렬은 차례대로 앞사람의 등을 들이받았다. 모두가 걸음을 멈췄다. 짙은 눈보라 사이로 커다란 천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 둘, 셋, 넷… 그들은 마침내 그들의 옛 고향, 아버지들의 터전에 도착했다. 천막 안에는 아버지들의 작살과 밧줄이 유품처럼 남아있었다. 변한 것이라고는 네 발 달린 짐승의 가죽으로 만들어 입은 그들의 옷뿐이었다. 그들의 정착은 순조로웠다. 그들은 마치 어제 떠났다가 오늘 돌아온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겨울나라의 삶에 적응해갔다. 그들은 대모와 족장의 지휘 하에 배를 건조하고 노를 깎았다. 그들의 배는 아버지들의 배보다 훨씬 크고 튼튼했다. 작살을 다듬고 밧줄을 엮으면서 그들은 하루가 다르게 강하고 용맹스런 뱃사람들이 되어갔다.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바다의 용사로 만들기 위해 그들이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쳤다. 새 세대들은 아버지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기잡이를 떠나는 사내들을 두 무리로 나누고, 한 무리가 바다에 나가면 한 무리는 육지에 남아 부족을 지켰다. 그들도 곧 그들의 아버지들처럼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잡아 올린 물고기의 껍질로는 그들 고유의 옷을 지어 입었다. 첫 수확 날에 그들은 축제를 벌였다. 어머니들은 불을 지피고 물고기의 살을 구웠다. 아들들은 첫 수확을 기념하며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아버지들의 영혼을 위하여 묵념했다. 그들은 서서히 완벽한 겨울의 사람들, 겨울바다의 사람들이 되어갔다. 그들이 풍요의 대지로부터 아버지들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기까지는 30년의 세월이 걸렸다.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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