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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미증유의 대지

미증유의 대지 #57 . 때로는 인간의 편이 아닌 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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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딸이 떠난 후로 사막에는 더 이상 ‘떠도는 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떠도는 자는 혼자여야 했고, 사막의 사람이 아니어야 했다. 사막의 사람이 아니므로 어느 부족에든 정착하지 않고 사막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막 밖에서 온 자는 자연스레 떠도는 자의 임무를 감당하게 되었다. 그것은 몇 안 되는 사막의 법이자 불문율 중 하나였다. 모래사막의 족장은 바다의 딸이 떠도는 자로 사막을 방황하기를 원치 않았다. 애초에 사막의 사람이 아니었던 바다의 딸은 사막을 떠나야했다. 사막을 떠나는 것이 사막을 떠도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일지라도… 그래야했다. 신이 정한 그녀의 운명은 사막이 아니라 도시와 꽃과 식물의 숲을 떠도는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