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묵상2019. 11. 26. 20:44

https://youtu.be/yCYdIk1GNeo

사람은 지칩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인간은 수시로 지치고, 아프고, 무기력해집니다.
이럴 때 제가 주로 저에게 처방하는 약은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라는 무위의 처방입니다.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오늘은 저의 비번이구요.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압박이라고 느끼기엔 힘들지만 분명히 압박임에 틀림없는 묘한 압박이 있었습니다.
마치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마감에 시달리는 연재작가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요?
오늘 아무것도 올리지 않으면 앞으로 닷새 동안 나는 또 아무것도 올리지 못할 것이다. 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시간에 쫓기고, 원고를 채우기 위해 다시 저 자신을 쥐어짜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누르는 그것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이 약이 제대로 효과를 내면,
아무런 압박 없이 해야 할 일들을 다시 찾아내고, 즐겁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건 이미 약효를 발휘했습니다. 저는 오늘 도서관에 다녀왔고, 다섯 권의 책을 빌렸습니다.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 ‘타자의 추방’, ‘땅의 예찬’이라는 책과, 장 도르메송의 ‘어디서 어디로 무엇을’이라는 책과, 쇼펜하우어의 ‘행복의 철학’이라는 책을 빌려왔습니다.
직장생활이라는 기본적인 생존활동 외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많습니다.
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역할도 여전히 많습니다. 피아노 연습과 이론 공부에 지쳐가는 장남을 격려해야 하고, 운동에 미친 스포츠맨인 막내를 토닥여야 하고, 이제 곧 대학원에 진학하는 아내와의 긴 대화, 혹는 토론을 진행하는 사회자가 되어야 하고, 저 자신만의 고독한 작업인 글쓰기도 해나가야 합니다. 물론 그 다양한 일과 사이에 중고나라에서 중고 스케이트와 프레임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지칩니다. 그리고 지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적절한 처방을 잊은 채로 무턱대고 달리는 건 자신과 주변에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나에게 소리 내어 이야기해보는 겁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태양도 언젠가는 자신을 불태우는 일을 멈출 겁니다.
그러므로 사람도 가끔, 자신을 불태우는 일을 멈추고 자신에게 휴식을 줄줄 알아야 합니다.
그 휴식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오직 나만이 나에게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저에게 소리 내어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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