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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결핍의 천국이야.”

노파가 이야기한다.

“모자라는 거 천지지.”

“그래서 떠나신 겁니까?”

내가 물었다.

“그곳에서 살 운명이 아니라고 했어. 그러니 떠나야한다고.”

“누가 그 운명을 점친 겁니까?”

“아버지…”

노파는 아까와는 다른 차를 내왔다. 차는 시고 떫었다. 노파는 잠시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세상의 모든 현상을 다 주워섬길 것만 같은 일장연설이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각종 지식 논쟁과, 태양과, 동물과, 식물과, 우주와, 독재와, 즐거움과, 부유와, 증오와, 교육과, 자유와, 가족과, 책과, 욕과, 시인과, 농사와, 아름다움과, 경멸과, 은혜와, 어머니와, 음악과, 인내와, 혈통과, 밤과, 과일과, 바다와, 열정과, 그림과, 대지와, 형태와, 성장과, 허식과, 실체와 그림자, 노동… 등을 두서없이. 세상에나…… 그녀는 낮고 조용한 음성으로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보다 발음할 때마다 다르게 접히는 얼굴의 주름에 더 집중했다. 그녀는 잘 걷는 것만큼이나 말도 청산유수였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런데, 결핍이 있는 곳에 천국이 있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남는 곳에는 썩는 게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노파의 주름은 또 다르게 접힌다.

“그래서 사막이 천국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내가 물었다.

“사막은… 천국이랄 수는 없지만, 천국에 가까운, 천국의 그림자 같은 곳이야.”

천국에 가까운 곳…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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