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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식사하는 소리와 한 사람이 차 마시는 소리. 식탁의 한가운데에는 낯선 여자가 꽂아두고 간 꽃다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꽃은 노란색이었다.

“아까 다녀간 여자는 누굽니까?”

“나를 대신해 꽃집을 운영하는 사람이지.”

노파가 대답했다.

“나는 생명을 돌보기에는 너무 늙었어.”

노파의 시선이 잠시 마당에 놓인 화분들에 머물렀다.

“사막에서도 생선을 먹는다네.”

선장이 화제를 돌렸다.

“사막에서 무슨 수로 물고기를 잡습니까?”

나는 눈이 동그래져 물었다.

“강이 있거든. 더 이상 경작을 위한 젖줄은 아니지만 말이야.”

노파가 웃으며 말했다.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사막이라면 꽤 근사하지 않은가. 그것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뗏목 위에 앉아 숯불에 소고기를 굽고 있는 풍경처럼 근사하게 느껴진다. 선장은 포크와 숟가락을 몇 번 움직이더니 생선살과 뼈를 간단하게 분리해냈고, 나는 부서진 살들을 열심히 숟가락에 주워 담았다. 이 집에서의 식사는 간소하지만 늘 훌륭하다. 어제 저녁은 스튜와 밥, 오늘 아침은 생선구이와 밥. 어제보다 한 가지 더 놓인 것이 있다면 소금 접시 정도일 뿐이다. 노파는 빈 찻잔에 차를 채웠다. 나는 생선 접시를 긁으면서 이 집이 꽤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했다. 집의 소박함과 사는 이들의 정숙함, 방 안 가득한 책들. 주인들만 허락한다면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를 마치자 노파가 차를 내왔다. 이번에도 역시 전에 마셔본 적 없는 낯선 차였다. 상쾌한 박하 향이 풍기고, 맛은 은은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노파와 선장에게 내가 이곳에 머물러도 좋겠는지를 물었다. 노파는 좋다고 했고, 선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선장의 대답을 기다리며 천천히 차를 마셨다. 허락해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쁠 것은 없었다. 구린 냄새와 무료한 인간 군상들의 조악한 부조 같은 얼굴들만 아니면 호텔도 머무르기에 나쁜 곳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펼쳐놓은 책을 덮고 내게 말했다.

“이곳은 내 배가 아니니 관광객이더라도 내쫓을 수는 없지.”

생각한 시간에 비해 짧고 간단한 대답이었다. 나는 그날 오후 선장과 함께 호텔로 돌아가 짐을 쌌다. 짐이라고 해봐야 배낭 두 개가 전부였지만 모두 풀어놓은 탓에 정리하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선장과 나는 사이좋게 배낭 하나씩을 메고 골목 끝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복잡했다. 나는 서너 번에 걸쳐 집에서 대로까지의 미로를 반복해서 걸었지만 여전히 선장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선장은 미로 골목을 탐험하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가르쳐주었는데, 그것은 꺾어지는 골목의 안쪽과 바깥쪽 모서리의 특징을 기억해두는 것이었다. 나는 선장이 시킨 대로 전신주의 유무라든가, 쓰레기 수거함의 배치, 모서리에 위치한 집들의 색깔 등을 기억해두었다. 거의 열 번째가 되어서야 나는 제대로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마지막 골목에 성공적으로 들어섰을 때 선장은 비밀이라도 되는 듯 붉어진 얼굴로 자신도 모서리를 기억해두지 않으면 집을 찾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집으로 들어가 노파가 끓여주는 차를 마셨다. 나는 깜박 잊고 호텔에 우산을 반납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해냈다.


선장은 보여줄 곳이 있다고 했다. 마당 구석의 철문을 열면 헛간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가진 긴 공간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집의 헛간은 텅 비어있다. 아무 용도로도 쓰이지 않는다. 헛간의 맞은편에는 또 하나의 철문이 있다. 선장은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아니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철문을 열면 헛간 안으로 빛과 향이 들어온다. 빛이 드는 걸 보니 철문의 바깥은 아마도 야외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향은… 나는 선장을 따라 철문 밖으로 나갔다. 그곳은 화원이었다. 집에서 가꾸는 화원이라기에는 규모가 컸다. 분명 노파의 화원일 것이다. 선장은 도르래를 돌려 천장을 열었다. 화원 안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은은한 녹색 향기가 화원을 감싸고 있었다. 선장은 나를 화원 중앙으로 데려갔다. 그는 파라솔을 펴고 내게 앉기를 권했다.

“이곳은 어머니가 명상을 위해 꾸며놓으신 화원이네.”

“좋네요.”

“어머니는 이곳에서 사막과 사막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돌아가고 싶어 하시지 않나요?”

“어머니는 늙으셨어. 사막에서는 생존 자체가 위험한 나이지.”

화원 안에는 사막을 옮겨놓은 모양의 작은 모형이 있었다. 모형은 노파의 설명을 듣고 선장이 직접 만든 것이었다. 모래의 사막 구역에는 장터에서 사막의 모래를 파는 장사꾼에게서 사온 모래를 깔았다고 했다. 사막 위에는 강이 흐르고 있고, 그 위에는 이끼가 자라는 초원이 있었다. 선장이 이끼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은 초원의 사막이네. 모형이어서 이끼를 덮어두었지만 실제로는 풀이 자라지.”

“어떻게 강 하나를 두고 저렇게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모래사막의 한 면이 바다에 닿아있기 때문이라고들 하네만….”

선장은 이끼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

선장은 손가락에 묻은 이끼를 매만지며 덧붙였다.

“모래사막은 사막에 소금을 공급해. 물론 초원의 사막에까지.”

소금. 그렇다. 어떻게 사막에서 소금을 얻는지 여태 궁금했었다. 그 비밀을 모래사막이 쥐고 있었다. 바다와 불타는 태양…. 자연이 그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사막은 메말라버린 땅이었지만 어머니로서의 대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사막은 죽어버린 땅이 아니었다. 사막은, 머리를 다듬지 않고, 손톱에 때가 끼고, 등이 굽었으나, 끝까지 자식들을 포기하지 않는, 초라한 행색이지만 여전히 강한 어머니였다.

마당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번지고 있었다. 노파는 나를 환영하는 의미로 특식을 준비했다. 화로에 통째로 구운 등심이었다. 우리는 등심을 커다란 스테인리스 쟁반에 올려놓고 그대로 썰어먹었다. 오늘도 역시 접시는 두 개였다. 고기를 담을 접시와 소금 접시. 소금… 소금 접시. 고기의 맛도, 소금의 맛도 훌륭했다.

Posted by 소설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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