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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왜 인성이 화두인가..? 역사가 자연이 아닌 사람에 의해 씌여지기 때문이다.시대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의 사람됨에 따라 우울해지기도 하고, 눈물 겹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기 보다 좋은 사람들을 길러내는 것일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지금 어떠한가...?'부모들은, 교육자들은 지금 어떠한가?세상의 모든 어른이라는 존재들은... 지금 어떠한가...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bdgLjkg7QQxFqAglMiJ0Q 더보기
[삶] 아스피린과 치아 재생 어디선가, 아스피린이 손상된 치아를 재생시킬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혈액순환 문제로 저용량 아스피린 투여를 시도했다가 그만둔 적이 있고, 그때 남은 아스피린이 너무 많아서 밑지는 셈 치고 하루 한 번 정도 아스피린을 씹은 후(삼키지 않고) 칫솔에 물을 묻혀 양치질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분명한 것은 충치 재생에 효과가 있어 보인다는 것.면역억제제 투여 중에 받은 잇몸 치료 덕분에 치과에서 잇몸 치료 차 손을 댄 곳에 몽땅 충치가 생겼었는데 뭐랄까? 조금씩 깨끗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것이 '재생'인지 아니면 단순 미백 효과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재생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지울 수 없다.한 번 손상된 치아는 결코 재생될 수 없다는 것이 상.. 더보기
[묵상] 책은 인류가 인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한 사람에게는 오직 일 인분만의 인생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책을 통해 몇 백만 인분, 혹은 그 이상의 삶, 경험, 생각, 혹은 누군가의 평생이 담긴 연구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나는 자꾸 곱씹어 생각한다. 성장하지 않는 생명은, 더 이상 생명이 아니라고.책을 읽지 않는 인간은, 성장하기 어렵다고.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bdgLjkg7QQxFqAglMiJ0Q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42 . 완벽한 암흑 속의 울림 **동굴 속 사람들은 빛을 얻기 위해 불을 피우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체온과 동굴 안의 온기를 유지할 목적으로만 불을 피웠다. 그들의 옷은 다른 사막 사람들의 옷보다 두꺼웠다. 겨울이 긴 탓이었다. 동굴은 초록의 산 계곡 반대편에 뚫려있던 깊고 높은 동굴이었다. 동굴은 망각의 강 상류를 넘어 머나먼 북쪽을 향해 날아가 떨어졌다. 풍요의 대지였을 때부터 동굴 안에 살던 사람들이 그대로 동굴 속에 살아남았다. 사선으로 땅에 박히듯 떨어진 탓에 동굴로 들어갈 때는 기어 내려가야 했고, 올라올 때는 기어 올라와야 했다. 그들은 일 년의 반 이상을 불을 때며 살았다. 차가운 계절이 오고 땅에 눈이 내리면 사람들은 눈을 모아 동굴 끝의 웅덩이에 쌓아두었다. 쌓아둔 눈은 느리게 녹았고, 녹은 눈은 그들의 식수가 되..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41 . 뜨거운 영혼 *나는 노파를 마주보고 앉았다. 노파의 자리 옆에는 작은 석유난로가 있었고, 난로 위에서는 주전자가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었다. 노파는 내게 차를 권했다. 낮고 따스한 공기가 내 주위에 가라앉았다. 불현듯 나는 노파에게 무언가를 고백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숨겨두었던 일종의 작은 의무감이 고개를 쳐든 것이다. 그러나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싶었다. 물론 기회는 안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아니, 지금은, 미루고 싶었다. 달릴 준비가 되지 않은 말의 발굽에 미리 징을 박아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노파 역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침묵에 잠긴 채 유리그릇을 들여다보듯 나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풀과 흙의 냄새가 은은하게 실내를 흐르고 있었다. 늙은 노파의 손은 자글자글한 주..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40 . 떠나지 않은 자 **바다의 딸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다. 모래사막의 비와 구름도 그녀의 안녕을 걱정하는 듯했다. 그녀의 몸은 구멍바위 아래의 그늘로 옮겨졌다. 바람은 잠들었고 오랫동안 비가 내렸다. 비구름은 모래사막을 떠나지 못하고 대기를 배회했다. 거대한 그늘이 사막을 덮었다. 모래사막의 사람들과 족장들은 정성을 다해 그녀를 돌보았다. 사람들은 빗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잠겼다. 그녀는 오래 깨어나지 못했다. 족장들은 그녀가 본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그녀가 깨어날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비는 사막에 넉넉한 물을 공급했다. 여자들은 바다의 딸을 씻기고, 자신들의 옷을 벗어 몸을 데워주고, 입술을 축여주었다. 그녀는 긴 꿈을 꾸고 있는 듯해 보였다. 표정은 평화로웠고, 몸은 따뜻했다. 그녀는 실제로 긴 꿈을 꾸고..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9 . 비밀의 탄생 *나에게는 어머니와 누이가 생겼다. 그녀들이 사는 집은 오직 내 아름다운 그녀와 내 또래의 동료를 위한 공간일 뿐이었다. 집은 두 사람이 쓰기에는 너무 커보였다. 사실 세 사람이 쓰기에도 너무 컸다. 그 집에서 나는 아름다운 여자를 어머니라 부르고, 여자 동료를 누이라고 불렀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고, 아름다운 어머니는 식구들을 위해 겨울을 날 준비를 했다. 우리는 어머니와 누이와 나의 방과 거실에 난로를 들여놓았다. 어머니와 누이는 이런 일쯤은 우습다는 듯 눈 깜짝할 새에 난로를 설치했다. 난로의 설치는 연통설치가 전부라고해도 무방했는데, 어머니는 마치 난로설치 기술자처럼 척척 연통을 끼우고 호일테이프를 붙여 연통들의 이음새를 꼼꼼히 틀어막았다. 나와 누이는 난로 옆에 놓인 상자에 장작을 채우는 일을..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8 . 바람이 된 자 **그곳은 신의 땅이었을까. 태고를 살았던 선인들은 대지를 신으로 섬기지 않았다. 초록의 산 또한 신적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산과 대지는 그들 자신이었고, 그들의 살이었고, 그들의 삶이었다. 대지는 인간들을 돌보았다. 인간들은 대지를 뜨겁게 사랑했고, 고마워했다. 초록의 산 위로 불붙은 별이 떨어져 산이 가루가 되고 대지가 불바다가 되었을 때도 인간들은 그들을 돌봐주었던 땅에 등을 돌리지 않았다. 아무도 그곳을 떠나지 않았고, 아무도 그곳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늘 살아왔던 대로 대지 위에 살며 대지를 사랑했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녹음으로 우거졌던 산이 가루가 되고, 푸르던 대지가 한 줌 모래로 변해버린 것뿐이었다. 풍요의 대지가 두 번째 세월을 시작하고 있었다. 바다의 딸은 크게 호.. 더보기
[삶] 일터를 떠나기로 했다. 옛 일터를 떠난지 10년도 넘어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겨우 찾아낸 일터가 물류센터였다.내가 찾아냈다기보다는 그들이 나를 받아주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세상의 일터들은 노인만 마다하는 것이 아니라 중년부터 마다하는 시세다.많은 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단 한 곳만이 면접 통보를 보내왔다.비가 들이붇던 날, 무릎까지 빠지는 빗속을 뚫고 위험한 갓길을 걸어 첫 출근을 했었다.기업물류팀을 거쳐 편의점 물류팀까지... 정든 일터고, 정든 동료들이 있는 곳이다. 나는 왜 이곳을 떠나려고 마음 먹었을까..? 나는 왜 이곳을 떠나고 싶어진걸까...? 다음 일터가 그 답을 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bdgLjkg7QQxFqA..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7 . 이제는 늙어버린, 외로운 아이 *달이라도 떴나 싶었다. 마당에 달린 등이었다. 저 등에 불이 들어온 것은 오늘 처음 보았다. 비 내리는 밤의 마당은 환했다. 은은한 빛 아래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름다웠다. 젖은 파쇄석이 반짝반짝 빛났다. 마당의 화분들도 달빛에 젖은 듯 화사했다. 실컷 낮잠을 자고 이른 저녁에야 잠이 깨어 기지개를 켜는 아이의 얼굴처럼 싱싱하고 통통한 꽃과 이파리들. 노파는 저녁을 준비했다. 선장이 씻는 동안 나는 노파에게 오늘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위험했다면서?”노파가 식탁에 앉는 선장을 향해 말했다.“위험하기는요. 저는 나침반 없이도 어머니께 돌아오는 길은 찾을 수 있습니다.”노파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저녁식사는 고기와 생선이었다. 생선이 무려 세 종류나 되었다. 아마도 선장의 배가 잡아오는 주 어종은 다 식탁..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6 . 세상으로 **“누가 세상으로 나가나요.” 바위사막의 족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바다의 딸입니다. 바다의 딸이 세상으로 나갑니다.”모래사막의 족장이 침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족장들이 하나둘 고개를 숙였다. 바다의 딸은 모래사막의 보물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를 따랐다. 모든 부족의 사람들이 바다의 딸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지혜와 사막과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이미 어릴 적부터 사막 원로들의 것을 뛰어넘어 있었다. 모래사막의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가 내어준 보배로 여겼다. 거친 모래사막에 선사한 선물로 여겼다. 그런 그녀를 바깥세상으로 보내다니. 대체 누가 그런 결정을 한단 말인가. 대체 누구에게 그런 결정을 내릴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족장들의 얼굴이 비탄에 잠겼다. 모래사막의 족장은 사람을 시켜 바다의 .. 더보기
[삶] 딸아이에게 용돈을 주며... 딸아이에게 엄마 몰래 만 원을 준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어머니는 내게 용돈을 줄 때마다 '아껴 쓰라'는 말을 아끼지 않으셨다.하지만 나는 딸에게 '아껴 쓰라'고 말하지 않는다.만 원 정도의 돈은 이제, 아껴 쓸 만한 금액이 아닌 세상인 걸 알면서 왜 쓸모 없는 말을 허공에 뿌려야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 3 딸에게 '고작 만 원'의 용돈...나는 시급 7,730원을 버는 시급제 노동자요, 부족한 아비일 뿐.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bdgLjkg7QQxFqAglMiJ0Q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5 . 거대한 파도 앞에서 *선장은 이른 아침부터 나를 깨웠다. 갈 곳이 있다고 했다. 먼 산책을 다녀온 후라 별로 외출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눈동자가 너무나도 고독해보였던 탓에 나는 잠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따뜻한 빵과 스프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오늘의 빵은 겉은 살짝 타고, 속은 덜 익어서 조금 실패작이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스프는 양파와 버섯이 들어간 크림 스프였다. 노파는 식사 내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노파가 건네는 미소의 의미를 알고 싶었지만 파악하기 어려웠다. 나 역시 답례로 노파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선장의 식사는 몹시 느렸다. 그는 평소에도 아주 느리게 식사를 했는데 배를 타면 여유 있게 먹기가 어렵기 때문에 육지에서는 무얼 먹든 일부러 천천히 먹는다고 했다. 지난..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4 . 예외 **사막의 족장들이 모두 모였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불러 모았을까. 사막 전체 족장들의 회합은 십 년에 한두 번 있을까말까 한 일이었다. 회합을 소집한 사람은 모래사막의 족장이었다. 족장의 얼굴은 초췌했다. 볼은 움푹 파이고, 눈가는 쑥 들어가 퀭했다. 얼마 동안인지 짐작할 수 없는 세월을 오래 괴로워하고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고여 있는 얼굴이었다. 그의 얼굴을 마주한 다른 족장들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삼 일 동안 곡기를 끊었다. 모래사막의 족장이 입을 열고 말을 꺼내기까지 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그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영혼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족장들은 얼마나 깊은 어둠이 그의 속에 도사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긴..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3 . 생애 최초의 어머니 *나는 노파와 선장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언제 돌아갈 것인지, 가족은 있는지… 다행히도 두 사람은 나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은, 내가 식사 때마다 깨끗이 그릇을 비운다는 것과 사막에 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잘 모른다.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존재일까. 설명될 수 있는 존재일까. 나의 지금을 얘기하면 조금 설명이 될까. 나의 과거를 이야기하면 조금 설명이 될까. 나의 소원, 다가올 시간에 대한 소원을 얘기하면 나에 대한 설명이 될까. 나는 나를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2 . 바람의 언어 **사막의 사람들은 죽은 자를 사막에 장례 지낸다. 사막에 생전의 몸, 즉 죽은 육신을 건넴으로써 그들은 사막이 살아있는 한 자신들의 영혼과 육체도 사막과 함께 살아간다고 믿는다. 그것은 어찌 보면 영원한 삶처럼 느껴진다. 모래사막의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죽은 자의 소원에 따라 죽은 자의 육신을 사막의 한복판이나 해변의 모래톱에 누여놓는다. 살은 매의 밥이 되거나, 그대로 마른 채 썩거나, 또는 비에 젖어 서서히 부패한다. 사막의 사람들은 죽은 시신을 오랫동안 찾아보지 않는다. 매일 파도에 씻기는 모래는 세상의 어떤 흰색보다도 희고, 사막을 살던 육신은 평생 태양에 그을려 숯처럼 새까맣다. 해변에 시신이 누운 모습은 마치 흰 캔버스 위에 찍어놓은 검은 점 같아 보인다. 그들의 장례식에는 관이 없다. 노..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1 . 긴 골목의 끝 *비가 잦아들고 나니 빗방울 사이로 산들바람 같은 것이 불어온다. 오래 햇볕을 받지 못한 창백한 뺨을 스치고, 희멀건 손을 감싸고 지나는 선선함은 분명 산들바람의 것이다. 폭풍우가 부는 와중에도 이런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폭풍우 한가운데에 이렇게 부드럽고 포근한 바람이라니…. 어쩌면 폭풍우에게도 휴식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나는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책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축축했던 외투가 꽤 마른 모양이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나는 오는 길에 만났던 꽃집을 쳐다보며 짧은 고민을 한다. 노파가 일했다던 꽃집이다. 들러볼까, 아니면 그냥 지나칠까. 산책은 언제든 나올 수 있으니 꼭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곳을 향해 걷고 있다. 이제 꽃..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30 . 강과 눈물의 기적 **두 사막 사이의 물물교환은 곧 축제다. 모래사막의 사람들은 초원의 사막 사람들에게 소금을 준다. 소금을 전달할 때는 보통 한 달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 기간을 선택해서 전달한다. 소금을 전할 때가 되면 부족의 젊은이들이 모두 모여 염전에 소금을 걷으러 간다. 한 번에 전달하는 양은 보통 초원의 사막 사람들이 일 년 이상 먹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모래사막의 사람들은 일 년에 두 번 소금을 보낸다. 소금이 모래사막을 떠날 때가 되면 젊은이들은 이동하는 중에 마실 물과 먹을 소금을 넉넉히 챙겨둔다. 소금 부대는 청년 한 명이 두 개씩 멘다. 소금은 망각의 강 위를 지나지 못하기 때문에 강 상류의 바깥쪽을 돌아 육로로 전해진다. 행렬은 사이사이에 휴식을 취하며 한 달에 걸쳐 먼 길을 걷는다. 초원의 사막 사..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29 . 젖은 거리, 헌책방, 도시 산책 *이 도시는 마치 생선 집하장과 고기잡이배와 통조림공장을 빼면 바쁠 일이 전혀 없다는 듯 한없이 한가롭다. 젖은 벽돌의 붉은색은 태양 아래에서보다 더 붉은 빛으로 선명하다. 사람들의 표정은 젖은 도로의 색과 아주 잘 어울린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도시의 길과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주며, ‘이것이 이제 네가 살아야 할 세상이다.’라고 얘기해준다면,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며 어머니의 자궁 속, 따스한 양수 안으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세상이 어두운 것은 먹구름 탓이다. 길이 젖은 것은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얼굴이 컴컴한 것은, 얼굴 뒤에 내일에 대한 걱정 따위의 까만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겨우 그 때문이다.’라며 아기를 위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잘 다독여서 훗날 이 거리 위를 우산을 쓰고 .. 더보기
미증유의 대지 #28 . 사막으로 가는 배는 없다. *나는 선장에게 나를 바다 건너로 데려다줄 생각이 없는지 여러 차례 물었다. 그러나 선장의 뜻은 확고했다. 자신의 선원이 아니면 배에 태울 수 없다는 것. 게다가 선원이 된다면 더욱더 바다 건너로는 데려다줄 수 없다는 것. 사막에 버려두기 위해 선원을 뽑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막은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올 수는 없는 구조였다. 일단 해안선 근처에서 내려 헤엄을 치거나 구명보트를 이용해 사막의 해변에 닿을 수는 있지만 돌아올 때는 방법이 없었다. 선장의 말은, 사막에 들어가게 되면 사막에서 살거나 죽어야한다는 것이다. 다시 태어난 것처럼, 아니 사막에서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사막의 사람으로 여생을 마감해야한다는 것이다. 사막에 간다는 것은 그의 말처럼 세상과의 결별을 의미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