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독서의 이유
누군가는 책을 읽는 행위를 '(지긋지긋한) 공부'와 같은 자리에 앉혀놓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갓 태어난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아침과 낮의 공기가 주는 느낌이 다르고 심지어는 냄새조차 다르다는 걸 '처음 세상에 왔던 나'는 민감하게 느꼈을 것이다. 새벽 안개가 살갗을 감싸는 느낌에 신비함을 느끼기도 하고, 새소리와 함께 올라오는 풀내음의 조화에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새로운 것, 새로우면서 좋은 것, 새롭기도 하고 좋기도 한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달리 보면 그것은 만남의 축복이다. 새로운 것을 만나는 즐거움, 신선함, 때로는 경이, 그 모든 것이 좋은 새로운 것을 대할 때 겪는 우리의 영적, 정신적 상태다.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몸이 자라고, 세상에서의 삶을 시작한지 7, 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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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대지 #53 . 암흑의 세상에는 메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바다에 나온 지 20일이 넘었지만 조황은 시원치 않았다. 우리는 낚시와 그물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바다는 인간의 손에 의해 통제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바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높고 두꺼운 벽 너머에서 무표정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다는 고작 물에 불과했지만 바위절벽처럼 가파르고, 차갑고, 단단하고, 거대한 물이었다. 바다는… 인간보다 강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물을 내리거나 낚싯줄을 드리우고, 바다가 우리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언제든 나는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기다리는 일에 지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어부가 가져야할 덕목 중에서 절반은 가진 셈이라고. 또는, 대가없는 노동에 대한 감정의 맛, 즉 씁쓸함, 상실감, 허무함, 버려진 듯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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