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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이마트 돈코츠 라멘 시식기 겨울은 국물과 면의 계절이다.한겨울에 냉면을 즐길 만큼 우리의 피에는 면사랑의 본능이 숨어있다.거의 40년에 가까웠던 서울 생활에서 몇 가지 잊지 못할 맛 중에 돈코츠 라멘이 있는데, 나는 일본에 가본 일도 없고, 일본 음식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거니와 다양하게 맛본 적조차 없지만, 그래도 '이 맛이 좋았다'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땅의 일본 음식 중에 홍대 앞 하카타 분코의 돈코츠 라멘이 있다. 그것은 그야말로 신기한 맛이었다.1. 느끼하고,2, 진하고,3. 짜고,4, 개운하고?,5. 몸이 채워지는 맛. 처음 하카타 분코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메뉴판이 기억난다.인라멘(진한 맛) / 청라멘(순한 맛) / 차슈 덮밥 / 면 추가(500원) 등... 내 인생에 처음 맛본 하카타 분코의 인라멘은 진하고 느끼한 돼.. 더보기
불면인 #22 . 집 . 꿈-노인 집 버스 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비도 피할 수 있었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버스는 지붕이었고, 바람막이였다. 그리고 ‘조금’이었지만, 땅바닥보다 높았다. 마음에 꽤 드는 노란색 스쿨버스는, 내가 소원했던 것을 다 이루어주었다. 나는 덜 깬 잠에 몸을 비틀거리며 맨 뒷자리까지 걸어서 5인용 좌석 위에 몸을 뉘어보았다. 놀라웠다. 이것은 의자가 아니라 천국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천국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리고 나는 곧 미친놈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래 웃었을까. 나는 미친놈처럼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버스는 내게 스위트룸만큼이나 달콤한 객실이었다. 나는 운전석 옆자리의 창문을 화장실로 이용했다. 물론 소변만 해결했고, 일을 볼 때만 창문을 열었다. 운전석 뒷자리를 .. 더보기
[묵상] 인간에게는 초능력이 없다. 우리에게는 초능력이 없다. 우리의 삶은 실수투성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육체와 정신은 나약하기 그지없다. 우리의 맨몸은 마치 얇은 유리그릇 같다. 쉽게 깨지고, 언제가 되었든 결국 죽는다.접히는 스마트폰이 나오는 시대다. 두루마리 스마트폰도 나온다고 한다. 나약한 정신과 몸으로 인간은 정말 많은 것을 이루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열심히 성취하고, 열심히 망하면서, 성장과 쇠퇴를 거듭할 것이다.우리는 시간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 왔다. 우리가 이루어온 모든 것이 시간의 작품들이다. 그래서 시간이 소중한 것이고, 선물인 것이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능력,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꾸준함’뿐이고, 그것은 긴 시간 속에서만 효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꾸준함이 시간 속에 녹아들면, 초능력을 닮은 거.. 더보기
[삶] 달은 쉬지 않는다. 오늘도, 어제처럼. . 29mm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bdgLjkg7QQxFqAglMiJ0Q 더보기
불면인 #21 . 꿈-칼집 꿈 | 칼집 뱀은 거울을 보지 않는다.그러므로자신의 모습이 자신과 같은 종족,혹은 다른 종족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알지 못하고,알지 못하므로 당연히같은 종족, 혹은 다른 종족의 시선을 괘념치 않는다.하지만 사람은,특히 여자는 뱀과 다르다. 여자는 자신의 몸이 원래 그렇다고 했다.말쑥하게 치장한 여자다.여자가 이야기한 원래 그렇다는 것은 날 때부터 그렇다는 의미다.그녀를 처음 안은 간호사와 그녀의 어머니는 둘 다,이 아이가 산 생명이 맞나?이런 상태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한다.하지만 그녀는 오래 살았고,꽤 오래 살아남아서 뼈가 굳고,살이 찌고,어른이 되고,취직도 했다.그녀를 만난 건 친구들과의 정기 모임에서였다.친구 하나가 말했다.“신기한 사람이 하나 올 거야. 외모에 너무 놀라지 말고,.. 더보기
[삶] 살 찌는 법? 정상 체중에서 15킬로그램 미달인 상태를 몇 년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해야 체중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었고, 지금도 고민이다. 그래서 연구 중이다. 그리고 여전히 답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 특징적인 점이 있다. 1. 과일을 멀리하고 있다는 것. 2. 몸에 열이 많은데 뜨거운 차만 마신다는 것. 3. 운동 부족. 무슨 짓을 해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 식단의 내용에 뭔가 불균형이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두 번째는 체질에 맞는 식단이다. 열이 많으면 열을 식혀주는 식단으로, 몸이 차갑다면 체온을 올려주는 식단으로. 체온은 저체중뿐만 아니라 비만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저체온으로 기초대사량이 적은 사람이 당도 높은 찬 음료만 마셔댄다면 살 위에 살을 붓는 격이 될 테니 말이다. y.. 더보기
불면인 #20 . 꿈-발톱 . 발견 꿈 | 발톱 들길을 걷는 꿈을 꾼다.고요한 바람이 불고 풀들은 고개를 숙인 채 이파리를 살랑살랑 흔든다.이대로,이 산들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순간,거대한 송곳이 양쪽 어깨를 파고든다.덜컥.날카롭고 단단한 날이 뼈를 긁고 들어오는 느낌은,썩은 생선이 품은 부패한 비린내만큼이나 선명하다.이내 몸이 들리고 발이 땅에서 떨어진다.날고 있다.정말 하늘을 날고 있다.내 살과 뼈에 꽂힌 것이 거대한 맹금류의 발톱이라 해도날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진정 행복하다.정말 날고 있다.살을 파고든 매운 송곳은살가죽의 고통을 모두 모아 쥐어짜내기라도 할 듯 매섭게 등을 움켜쥔다.고통스럽다.하지만 날고 있다.나는 날고 있다.행복하다.죽을 듯 고통스러우면서도,행복하다.참 이상한 기분이다. 발견 다리 밑.. 더보기
불면인 #19 . 꿈-광장 . 바람 꿈 | 광장 시장거리에서 요깃거리를 찾고 있었다.식당골목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내가 걷고 있는 길목에는 옷가게들만 즐비했다.그 다음은 과일가게들이었다.과일가게골목이 끝나는 지점에서 갈림길을 만났다.왼쪽은 신발가게골목이었고, 오른쪽은 식당골목이었다.나는 주저 없이 골목의 첫 번째 집으로 들어갔다.나무주걱을 든 노파가 나를 보자마자 대뜸 물었다.“광장에는 다녀오셨소?”어리둥절했다.나는 근처에 광장이 있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광장이 있습니까?” 노파에게 물었다.“저희는 광장에 다녀오신 분들께만 식사를 팔아요.”노파는 달력을 찢어 그 뒷면에 광장으로 가는 길을 그려주었다.시장에서 광장으로 가려면 긴 터널 같은 길을 지나야하는데,그 길은 검은 산의 중앙을 가로질러 나있다고 했다.시장을 빠져나와 노파.. 더보기
[스케이팅] 완벽한 프리 스케이팅 강의 동영상? 건선을 앓는 동안 꿈꾸었던 스케이트 신어보기를 해본 후에 든 생각은 잘 타보고 싶다는 것이었는데(누구나 그렇겠지요?), 스케이트의 기본기나 체계화된 강의 영상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프리스케이팅이라는 것은 정형화된 형식 없이 편하게 스케이팅을 즐긴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텐데요. 여기에서 정형화된 스케이팅이라는 것은, 스피드 스케이팅, 어그레시브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하키 스케이팅처럼 스케이팅 스타일이 나름의 틀을 가지고 체계화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프리 스케이팅은 이 모든 스타일을 다 섞어도 좋고, 아니면 편하게 동네 산책을 즐기는 정도여도 좋겠지요. 말 그대로 ‘내 맘대로 프리 스타일’을 즐기는 것입니다.자신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지기 전에 거치게 되는 과정이 주행, 커브, 멈추기 등.. 더보기
낭독 일기 #1 소리 내어 글을 읽으며 느낀 점.어린 시절의 기억..두서없는 짧은 이야기입니다. 더보기
불면인 #18 . 눈 덮인 살 눈 덮인 살 몸에 눈이 내렸다. 머리와 몸에 내린 작고 흰 눈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크기를 불려나갔다. 거울을 보지 않는 나에게 그들의 성장이 눈에 띨 리 없었다. 하지만 몸은 소리 없이 말하고 있었다. 가려움증이 심해졌다. 팔과 손과 손가락을 최대한 늘려 등과 몸 구석구석을 긁었다. 반복되는 행위는 버릇이 된다. 몸을 긁는 행위 역시 곧 버릇이 되었다. 손톱마다 눈처럼 하얀 가루가 끼었고, 몸을 감싸고 있는 옷은 핏물로 얼룩졌다. 손톱에 긁힌 살갗은 곪아서 진물을 뱉었고, 진물에 젖은 살 껍질 위로 다시 하얗게 눈이 내려앉았다. 가려움은 사라질 줄 모르고 밤이고 낮이고 몸을 괴롭혔다. 씻지 못한 탓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씻으려면 물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눈을 씻어내려고 물을 찾다니. .. 더보기
불면인 #17 . 아이 . 꿈-회오리 아이“손님에게 모양을 보여주기 위해서요.손님이 마음에 드는 모양을 선택하고,신어본 후에 마음에 들어 하면 나머지 한 짝을 만들어요.”“그러니까, 구두가 왜 짝짝이냐고.” 내가 다시 물었다.“보여주기 위한 구두는 제 발 크기에 맞춰서 만들거든요.손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제가 신으면 되니까요.”아이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대답했다.“지혜롭구나.”누군가를 위해서,또는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재능은 하늘이 주신 선물일 것이다.아무짝에도 쓸모없지는 않은.“신발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해요.어떤 재료로 신발을 만드는가도 중요하고,신는 사람이 하루에 얼마나 오래 신발을 신고 지내는지도 중요하고,어떤 일을 하는지도 중요하고, 어느 계절에 신을 건지도 중요하고….”아이는 크기가 다른 자신의 .. 더보기
[삶] 가끔 나에게 질문한다. 나에게. 가끔 묻는다. "네가 죽고나면, 무엇이 남니...?"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bdgLjkg7QQxFqAglMiJ0Q 더보기
불면인 #16 . 꿈-민박 꿈 | 민박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목적지까지 가는 사이에 딱 한번만 정차하는 버스다.그가 내릴 곳은 차고지와 종점 사이의 정류장이다.버스는 육지와 큰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넌다.다리 아래에는 두 개의 작은 섬이 직각을 이루며 놓여있고,그 중 조금 큰 섬이 다리와 계단으로 연결되어있다.즉, 다리 아래의 두 섬 중 하나의 섬이 다리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버스는 섬과 연결된 교각 바로 위에 정차한다.섬에는 스무 가구가 채 되지 않는 적은 인구가 거주한다.섬의 중앙에는 섬을 동서로 횡단하는 대로가 있고,동쪽 끝에는 꽤 큰 규모의 식당이 있다.섬에서 묵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식당 현관 위에는 인도를 가리고도 남을 만큼의 큰 차양이 걸려있고,차양 아래에는 대여섯 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더보기
불면인 #15 . 꿈-전령 . 구두 꿈 | 전령새였다.머리는 검게 빛나고,날개는 옅은 하늘색.새의 고도는 아마도 대기권의 바로 아래에 머물러있었을 것이다.덩치는 거대했지만, 비행하는 모습은 마치 검은 점이 허공을 떠다니는 것 같아 보였다.새는 마치 하늘 전체가 자신의 놀이터인양 크고 느리게 비행을 즐겼다.낯선 생김새와,낯선 색과,낯선 몸집을 가졌지만,새의 특이한 색과 큰 깃털은 어딘지 모르게 행운의 기운을 뿜고 있었다.긴 비행을 마치고나면 새는 평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넓은 초원 위를 두 발로 총총 뛰며 산책을 즐기다가,산책이 지루해지면 단 세 번의 날갯짓으로화살이 날 듯 긴 사선을 그으며 하늘로 날아올랐다.사냥을 위한 비행이 아니었다. 새에게 비행은 그저 놀이였다.하늘이라는 거대한 놀이터를 여유 있게 날 때와는 달리,땅위에서의 걸음걸.. 더보기
불면인 #14 . 한 끼 한 끼빈속에 똥을 싸는 꿈을 꾸어놓으니 평소의 아침보다 배가 몇 갑절은 더 고파왔다. 동굴을 빠져나오듯 꿈에서 빠져나와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 나는 하릴없는 오늘의 산책을 시작했다. 비둘기 한 마리가 싸한 바람 날리는 골목길 귀퉁이를 배회하고 있었다. 비둘기도 혼자였고, 나도 혼자였다. 석쇠는 천 마리의 생선은 구웠을 법하게 낡아 있었다. 공단의 매캐하고 무거운 공기와 함께 긴 세월을 보냈음이 한눈에 보인다. 생선기름에 녹이 슬고, 생선기름으로 녹을 녹이는 일을 반복했을 것이다. 테두리에는 녹이 나고, 가운데는 둥글게 기름에 절어있다. 어쩌면 만 마리쯤의 생선이나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생선을 구워냈을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의 생선구이골목은 사람이 더 이상 살지 않는 폐허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매일 사람 손.. 더보기
불면인 #13 . 동굴 . 꿈-비행 동굴새벽의 찬란하던 태양은 늦은 오후의 먹구름에 가려 힘을 잃었다. 나는 조금 멀지만 눈과 비를 피할 수 있는 굴다리로 자리를 옮겼다. 눈을 피하기엔 좋은 곳이지만 바람은 거리보다 두세 배 더 강렬해지는 곳, 이빨 빠진 톱날처럼 거친 바람이 부는 곳이다. 그리 자주 찾는 곳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오늘은 구름만 자욱할 뿐 바람은 고이 잠들어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애완견을 끌고 가는 사람, 장바구니를 든 나이든 여자들이 수시로 옆을 지나친다.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음식, 혹은 사람과 짐승은 일정한 온도에서 서로 만났을 때,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욱 친밀한 따스함을 느낀다. 누군가는 식은 국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입술과 식도를 지나 내장까지 익힐 만큼 뜨거운 국물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차가운 살.. 더보기
불면인 #12 지난 밤, 떡볶이 컵을 핥던 눈동자가 하늘로 시선을 옮긴다. 보라색으로 물들어가는 새벽이 몽환인 듯 아름답다. 내 평생 이렇게 맑은 새벽을 본 적이 있던가? 주워 문 꽁초 한 모금 뒤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담배 한 모금. 한겨울의 아지랑이. 손등이 죄다 터서 마른 논바닥마냥 쩍쩍 갈라진다. 당연한 일이다. 온통 색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흑백으로 갈라지는 손등을 보다가 자연스레 지난 일을 떠올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행운이 그리 자주 찾아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소문으로 들어 행운의 존재를 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돼지꿈 한 번 꿔본 적이 없고, 길에서 백 원 이상을 주워본 적이 없고, 노력하지 않고 뭔가를 얻어 본 적도 없고, 오히려 노력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얻은 적.. 더보기
[삶] 겨울 하늘 모처럼 양떼 구름... 21mm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bdgLjkg7QQxFqAglMiJ0Q 더보기
[삶] 한가한 날 화요일. 바쁜 날인데, 이상하게 한가하다. 해가 숨은 탓일까..?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bdgLjkg7QQxFqAglMiJ0Q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