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인 #40 . 손톱 . 꿈-무인도
손톱 만약 내가 발톱으로 벽을 타야 하는 고양이였다면, 이런 손톱으로는 벽을 타지 못하는 고양이가 되었을 것이다. 빈 껍질로 변한 손톱과 발톱은 이제 체온마저 지니지 않는다. 내 육신을 숙주로 삼은 이 병마는, 나의 머리 가죽을 벗기고, 살가죽을 벗기고, 손톱과 발톱을 벗기고, 귓구멍을 뚫어놓았다. 이것은, 인디언의 살생법도, 몽골 전사들의 고문법도, 일본군의 생체실험정신도 아니다. 그러나 한 몸뚱이 안에서 이 모든 것을 해냈으니 진정 국제적이고 역사적인 고문의 정수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꿈 | 무인도 계속 모래를 씹고 뱉어냈다.잠에서 깨었다.입속과 목구멍은 바짝 말라있다.사막인가?모를 일이다.사막에도 겨울이 있던가?모를 일이다.입..
더보기